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TOP

 

Facebook
X

비대면 환경에서의 교수자 경험

2020년 1학기를 지내며 강의자들은 혼재된 감정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학기 초의 혼란으로 시작하여, 학기 중반부에는 새로운 도구에 다소 익숙해졌고, 기말에는 평가 방식과 강의 만족도에 대한 걱정을 했습니다. 내용 전달 중심의 학부수업과 대형강의는 온라인을 통해 ‘번거로움’을 줄이고 부교재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고, 상호작용이 많이 필요한 대학원 수업이나 토론 수업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실습과 예체능 수업은 최적의 술루션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비상 학기는 지나갔고 그 과정에서 교수자들이 가졌던 경험을 온티랩에서 공유하려 합니다. 경험의 확장을 통해 고민의 고립을 피하고 방법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리라 생각됩니다.



비대면 강의에 대한 급한 결정


비대면 강의에 대한 결정이 너무 늦게 내려졌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결정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학교가 제시한 ‘비대면 3 옵션: 실시간 온라인 강의, 녹화본 탑재, PPT+음성’간의 비교 판단이 어려웠습니다.
Tip: 1학기의 경험을 통해 나의 수업 내용에 걸맞는 비대면/대면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학교의 지침은 최악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지만 최적의 수업을 위한 결정은 교수 본인이 내려야 합니다.

나는 어디서 강의해야 하는가?


Zoom 등의 실시간 화상도구를 쓰게되면서 장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강의실 보다는 익숙한 연구실이, 가끔은 집이나 카페 등에서 강의를 해보게 됩니다. 화상강의는 공간적 제약이 없어 좋습니다. 출장이나 외부에 있어도 강의가 가능합니다. 강의를 위한 이동 시간이 줄어든 점도 좋습니다. 녹화 강의를 위해서는 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진 교내 스튜디오가 좋습니다. 스튜디오 클라스의 화질이 확보됩니다. 하지만 접근성으로는 연구실만한 곳이 없습니다. 연구실 PC에 웹캠과 마이크를 설치하면 기본적인 동영상 녹화가 가능합니다.
Tip: 장소 선택을 위한 체크리스트입니다. 1) 안정된 네트워크, 2) 편하게 떠들어도 되는 독립 공간, 3) 충분히 밝아 강의자의 표정이 잘 잡히는 공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강의자가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된 곳이어야 합니다.
<링크> 개인 녹화 장비 구비를 위해 CTL은 다음의 장비를 추천합니다.
<링크> 혹은 교내의 스튜디오클래스 촬영을 위한 리스트는 여기 있습니다.

사전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평상시 보다 준비에 시간이 많이 들어갑니다. 학기초에는 장비 세팅을 위한 시간이 들어갑니다. 학기가 시작되면, 연기자가 공연 전에 대본을 숙지하고 동선을 익히는 것처럼 수업 전에 여러차례 시뮬레이션을 해보게 됩니다. 사전 준비를 통해 강의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리허설된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좋습니다. 하지만 강의자는 힘듭니다.
Tip: 수업에 대한 기획과정이 교수자에게 부담일 수 있으나 기존 수업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 보면 좋습니다. 녹화된 강의 역시, 학생들에겐 복습 및 수업 중 놓친 부분을 캐치업 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교수자에게는 셀프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좋은 장치이기도 합니다.

강의 시간이 짧아졌다


녹화든 라이브든 온라인 강의 시간은 짧아집니다. 강의실에 비해 풍부한 얘기보다 안정되고 정형화된 콘텐츠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스몰토크나 인터액션이 사라져 시간이 줄어듭니다. 반면 전달되는 내용의 양은 많아진 느낌입니다. 시청각 자료나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밀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연초에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님이 신문 컬럼에 ‘비대면 수업과 사라진 40분’이란 기고를 하셨습니다. 박교수님의 생각은 교육의 본질적인 부분은 아마도 그 사라진 40분에 있지 않을까 한다고 하셨습니다.
Tip: 비대면의 묘미는 남는 시간의 운영에 있습니다. 어떻게 브레이크를 둘 것인가? 브레이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밀도가 높아진 만큼 조금 더 천천히, 20~30분 마다 모듈을 끊어가며 학생들과 교감을 나누는 게 중요할 듯 합니다.

학생들의 공기를 읽기 어렵다


학생들의 반응을 읽기 어렵습니다. 화면을 끄는 학생들도 많고, 화면이 켜져도 학생 표정을 통해 어려운지, 질문의도가 있는지 읽기 어렵습니다. 개인의 표정을 읽어도 전체의 느낌을 알기 어렵습니다. 채팅창에 글 올라오기를 바라지만 백지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학생들에게 반응을 유도하는 방법은 이전과 다른듯 합니다. 종종 낭송극처럼 혼자 떠들다 끝나 허무합니다.
Tip: 수업에 대한 프로토콜을 사전에 공지합니다. 학생 화면을 켤 것인지, 채팅창과 화면을 통해 어떤 반응을 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합의를 합니다. 선생님의 아재개그에 웃어주고 고개를 끄덕이는게 온라인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Tip: 수업에 대한 프로토콜을 사전에 공지합니다. 학생 화면을 켤 것인지, 채팅창과 화면을 통해 어떤 반응을 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합의를 합니다. 선생님의 아재개그에 웃어주고 고개를 끄덕이는게 온라인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려줍니다.

참여는 늘고 소통의 방법은 다양해졌다


학생들은 채팅창을 통해 더 편하게 질문을 합니다(그럼에도 말하는 학생만 말하지만…). 아무래도 부담이 적어서 입니다. 강의 도중에도 질문을 남기면 하나의 질문이 다른 질문과 서로간의 코멘트로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채팅장을 흝어보며 답을 해가는 과정이 수업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Tip: 학생들과의 아이스브레이킹 연습이 필요합니다.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이 돌아가며 얘기해 보고 채팅창에 간단한 글을 올려보는 위밍업 세션이 필요됩니다. 물론 대규모 수업에선 이 자체도 어렵습니다.

소그룹은 어렵고도 새롭다


줌의 소그룹 기능은 낯선 기능입니다. 가상에서 수강생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고 토론을 유도하는 건 안해 보신분들, 꼭 해보십시오. 교수자는 방과 방을 오가며 분위기를 파악하며 팁을 나눠줍니다. 신세대 학생들은 한시적 그룹에 빨리 적응하고 답도 능동적으로 도출합니다. 발언과 참여의 기회가 많아져 만족하기도 합니다.

대 학생들은 한시적 그룹에 빨리 적응하고 답을 도출합니다. 발언과 참여의 기회가 많아져 만족하기 도 합니다.
Tip: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생-교수 1:1 소통 못지 않게, 학생들 상호간의 인터액션도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결론을 이끌 짧은 과제를 디자인하는게 중요합니다.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한 시간 정도 서로 떠들도록 놓아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피곤하다


온라인 실시간 강의는 엄청난 집중을 요합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녹초가 된 기분을 느끼실 겁니다. 모니터를 통해, 시각중심으로 모든 걸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강의자료와 학생의 표정을 번갈아 읽어야 하고, 오디오 공백이 1.2초만 생겨도 불안해집니다. 온라인 강의자는 여러 역할을 수행하기에 인지적으로도 큰 부담을 갖습니다. 뉴스룸의 아나운서 역할, 번갈아 화면을 띄우는 조정실의 PD역할, 채팅에 대응하는 작가의 역할, 온라인 퀴즈를 즉석에서 만드는 기술실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됩니다. 강의 후 쌓인 질문에 답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수업을 마치면 지칩니다.
Tip: 피곤한 교수자는 수업의 질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남들이 하는 것보다 본인에게 편한 방식을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피곤을 줄이기 위해 조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십시오. 조교는 교수자와 역할을 나눠 화면을 나눠 살피며 전체 강의의 1/4 정도의 책임을 가져가는게 좋습니다. 조교가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 및 학생들과의 가교가 되기 때문입니다.

과제가 많아진다


불안한 마음에 교수자는 과제를 늘리게 됩니다. 안 보이는 학생들에게 교육 임팩트를 주는 방법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피드백을 읽을 수 없으니 퀴즈도 많아집니다. 학생들의 부담도 증가합니다.
Tip: 과제의 양이 적절한지 학생들과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학생들은 엄살을 떨겠지만 같이 얘기해 보는 걸 권장합니다. 교수자 역시 과제가 많아지면 평가의 양도 많아진다는 점 염두에 두면 좋습니다.

평가가 어렵다.


이미 ABCD학점은 P/F 평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비대면을 통한 정교한 평가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운전면허 시험처럼 어느 수준만 통과하면 된다는게 비대면 교육의 기준입니다. 학생들도 불완전한 교육에서 stress-free한 평가를 원합니다. 전통적인 평가를 원한다면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공정성에 대해 매우 민감해서, 시험은 어쩔 수 없이 대면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Tip: 온라인 퀴즈나 소크라티브 같은 툴을 이용해 평가를 수시로 진행하는 방법이 비대면 교육에 적당합니다. 전달할 내용을 평가로 변환하여 제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양적 성취 말고 교육의 임팩트를 평가하는 정성적 평가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미안한 느낌


내가 하는 온라인 수업 방식이 적절한지 학기 내내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줌을 통한 동영상 강의는 진품이 아닌 ‘대체품’의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건 우리가 이미 진하고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같은 내용도 비대면으로 할 때 전달력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 도구를 사용하지만 아직 그 도구에 맞는 교육양식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Tip: 새로운 도구에는 새로운 약속이 필요합니다. 학생들과 교수자가 서로 약속을 잘 지키면 미안한 느낌을 지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사전에 공지된 진행방식에 따라 수업을 따라옵니다. 수업 진행 방식은 비대면의 특징을 이해하고 장점을 녹여내야 합니다. 온라인은 시공간 제약을 줄여주고(편의성), 약속한 시간에 자료를 게시하고 소통할 수 있으며(정시성), 평가방식이나 변경되는 부분을 사전에 공지하여 불확실성을 줄일수 있습니다(확실성). 꼼꼼하게 수업진행 방식을 공지하고 관리하면 불안한 느낌이 사라집니다.

Thanks to…

교수자 경험을 위해, 서울대학교 이준환(언론정보), 이유리(의류), 이상민(자전), 전동석(융대원), 김수정(미대), 이재현(언론정보) 교수님, 카이스트 김주호, 국민대 허정윤, 광운대 김예란 교수께서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최선호(물리천문), 이현(정치외교), 최형진(의대) 교수님의 CTL 동영상도 참고했습니다.


글쓴이: 이중식 교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