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 학생들 간의 협력이나 경쟁 등의 집단 활동을 장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교 밖 직업의 세계에서나, 심지어 가정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수평적이든, 수직적이든 인간 관계를 맺고 소통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집단의 힘이 개인의 역량의 합 이상의 것이기에(혹은 그 이하일 수도 있고), 소통의 과정 자체뿐만 아니라 성과 면에서도 개인으로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배움의 기회가 된다. 비대면 교육의 시대에 소규모 집단 활동을 장려하는 방법이나 의의에 대해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게 된다면 코로나 블루로 촉발된 학생들의 우울감, 스트레스, 학업능력 저하와 같은 부정적 현상을 완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학생들에게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 동시에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과거 대면 교육 환경을 돌이켜 보면, 학생들 개인 성향에 따라 수업 시간, 다수의 청중을 두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어 말하는 것을 큰 부담으로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많은 교수자들도 경험해 보았겠지만, 교수가 호명할 때 소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다가도, 익명성이 다소 보장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토론이나 질의 응답에 참여한다. 예를 들어, 강의실 스크린 옆에 채팅창을 열어놓거나, 교수가 개별적으로 컴퓨터로 질문을 실시간으로 받는 경우 커멘트나 질문의 횟수가 늘어난다.
공교롭게도 비대면 수업 현장은 이러한 익명성이 비교적 쉽게 보장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의외로 질문과 의견을 더 활발히 전개할 수 있다. 비대면을 통한 토론은 덜 위협적이고 더 민주적이어서 학생들에게 더 높은 유연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의견이 있다. 단체 톡이나 다양한 카페, 블로그, 실시간 영상 SNS 플랫폼을 통해 댓글을 남기고 응답하고, 실시간으로 채팅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이런 비대면 교육 환경에서 의견 남기기, 커뮤니티 형성하기는 오히려 더 쉬운 일일 수도 있다.
etl 플랫폼에도 소집단별 게시판을 운영하거나 팀별 채팅과 단체 토론이 가능한 각종 기능들이 구비되어 있다. 필자는 지난 학기 팀별 게시판을 개설해 학생들 간의 소통을 장려한 바 있으나, 학생들은 카카오톡과 같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플랫폼을 선택하였기에 사실 얼마나 팀 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히 일어났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소집단별 게시물 내용이나 게시 횟수 등을 평가 지표로 활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기로 한 기억이 있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토론 게시판, 집단별 퀴즈, 동료 평가 등의 활동을 통해 교수와 소집단 간의 토의, 소집단 내의 학생간 토의는 장려되어야 하는데, 이는 신입생이거나 학업 주제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일 경우 더 필요하다. 수업에 적극 참여시키는 것은 그 수업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대면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학업주제에 대한 아카데믹한 모임뿐만 아니라 “virtual coffee shop”이라 불리는 사적인 담소 공간까지 만들어 두는 것도 학업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한다. 수업이라는 경직되고 엄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사적인 정보, 주변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가상의 만남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50분 수업을 한 뒤 10분 쉬어가는 동안 학생들 간에 숨돌릴 시간, 사적인 대화의 시간이 마련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필자도 아직 etl과 같은 수업 플랫폼에서는 시도해 보지 못한 것이지만, 소집단 과제를 위해 면담시간을 마련해 둔 만큼, 과제 관련 대화 외에도 커피샵에서의 대화 같은 말랑말랑한 주제로 교류의 시간을 한 번 가져보아야겠다. 이러한 노력들이 비대면 수업 학업효과의 상승이라는 결실을 맺기를 바라면서…
참고한 글
1. “Using social distance to strengthen university communities”(Kara Neil 09 May 2020)https://www.universityworldnews.com/post.php?story=20200504082923788
2. Managing group work in digital and blended learning (The University of Sheffield)
https://www.sheffield.ac.uk/staff/elevate/c19-support-guidance/cv19-resources-group-work
글쓴이: 이유리 교수 (yuri lee), 서울대학교 의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