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워크북과 동영상을 활용했는가? 수학 수업 경험 >
동영상과 워크북을 활용한 이유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학기 개강이 늦춰지고, 급기야 비대면 수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도 벌써 작년의 일이 되었습니다. 그 일 년 동안 저는 수업 동영상과 워크북을 만들어 eTL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어떤 분은 동영상 제작이라 하면 굉장히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 예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CTL에서 제공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수업 동영상을 만들려면 카메라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동영상 편집까지 많은 도구와 인력 그리고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작년과 같은 응급상황에서 모든 교수자가 그런 지원을 받을 수는 없었으므로, 제가 가진 제한된 장비만으로 가장 효율적인 비대면 수업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 결과 저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워크북과 동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의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형태의 비대면 수업을 시행하게 된 계기와 어떻게 iPad만을 이용해서 동영상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동영상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지식을 전달해야하는 교과목에서 흔히 그렇듯 저도 교양수학 수업에서 교수자 주도 수업을 합니다. 배워야 될 대상(주로 점, 곡선, 곡면, 공간, 함수들의 집합)과 대상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도구(주로 함수나 수식)를 소개하고, 관련 정리에 대해 가르칠 때, 논리적인 전개의 흐름을 학생들이 충분히 생각하며 따라올 수 있도록 여유를 주고자 판서 위주의 전통적인 수업 방식을 사용합니다. 비대면 수업을 한다고 해도, 판서할 때 여러 수식이나 그래프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되는 것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필수 요건입니다. 이것은 두 가지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교수자가 칠판 앞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Zoom을 이용 실시간으로 보여주거나, 그 모습을 카메라로 녹화하여 편집한 후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iPad나 Tablet PC처럼 화면에 쓴 수식을 그대로 입력 받아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해서 녹화하는 방법입니다. 많은 경우 동영상 녹화 기능이 이미 Tablet PC에 내장되어 있기에, 카메라를 사용해야만 하는 첫 번째 방법에 비해 손쉽게 동영상을 얻을 수 있지만, 중요한 정보 전달이나 교감의 수단이라 할 수도 있을 교수자의 얼굴을 학생들이 직접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방법은 두 번째 방법입니다.
Zoom에서도 Tablet PC를 사용하면 대면 수업에서처럼 동일한 방식으로 판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좀 더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실시간 수업을 하지 않고, 동영상을 제작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필기를 위한 Tablet PC 외에 실시간 소통을 위해 카메라가 부착된 노트북 등의 장비가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교수자가 개인 연구실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여러 장비를 이용하여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면 되겠으나, 현재 공동연구실을 사용하고 있는 제 상황에서는 다른 선생님과 수업 시간이 겹치는 경우에 다른 장소를 찾아야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실시간 수업을 원래 사용 예정인 강의실에서 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으나, 강의실에서 많은 장비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 것은 위에서 말한 첫번째 방법과 다를 것이 없고, 현실적으로 방역 문제로 지정된 강의실 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했습니다. 끝으로 Zoom 실시간 강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비대면 수업 초기에 몇 번 실시간 수업을 해본 결과, 교수자가 화면에 필기하는 것과 학생들이 보는 화면 사이에 인터넷 대역폭 등의 기계적인 문제로 지연 현상이 특정 수업 시간대에 빈번히 발생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화면 지연 시간이 몇 초 정도면 무시할 수도 있겠으나 수십 초에서 수 분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경우 당연히 수식을 제대로 볼 수 없는 학생들은 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는 없다는 것과 교수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동영상 제공으로 마음을 굳힌 이유입니다.
물론 동영상 제공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할 경우 생기는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학생들과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는 것과 학생들이 동영상을 그저 재생하기만 할 뿐 수업에 집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 가지 문제를 들 수 있겠습니다. 학생과의 소통 문제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수업 중간에 질문을 하는 학생들은 아주 소수이고, 주로 수업이 끝난 후 질문을 하거나 혹은 Office Hour를 이용해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질문이 있을 경우 eTL의 Q&A에 질문을 올리거나, Zoom으로 실시간 상담을 하는 Office Hour를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이 때 화면 지연이 생기더라도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야 되는 수업과는 달리, Office Hour 때는 충분히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지연 현상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대면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눈빛이나 얼굴을 보면서 학생들의 이해도를 가늠하고, 그에 맞춰 보충설명을 한다거나 진도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지만, 동영상 제공 수업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실시간 비대면 수업을 한다고 해도 수강생이 30~40명 이상이 되면, 대면 수업처럼 학생들의 얼굴을 일일이 손쉽게 확인하여 대처할 수는 없으므로, 대면 수업과 같은 수준의 상호 교감은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나 동영상 수업 모두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동영상 수업을 좀 더 집중해서 듣도록 유도하기 위해 저는 매 수업마다 워크북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했습니다. TV에서 방영하는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교육 방송을 시청하신 경험이 적어도 한두 번씩은 있을 줄 압니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방송이었다면 끝까지 잘 시청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졸면서 방송을 보거나 시청을 그만두게 됩니다. 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특히 시각적인 변화도 많지 않은 판서 화면을 50 ~ 75분간 시청하다 보면 많이 졸릴 수도 있고, 온전히 집중해서 보는 것도 불가능할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좀 더 필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판서 내용의 일부를 담은 워크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수업 동영상을 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워크북의 빈칸을 채우면서 수업을 따라오다 보면 덜 졸릴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0~75분 수업을 20~30분 길이의 동영상으로 나누어 제공하고, 출석인정기간도 이틀 정도를 줘서, 그 기간 안에 제공된 동영상을 시청해야 출석으로 인정받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속도에 맞는 시청 계획을 만들어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월, 수 오전 11시 수업일 경우, 월요일 오전 9시부터 화요일 오후 6시 사이에 수업 동영상을 봐야 출석으로 인정받는 방식입니다. 물론 출석인정기간 이후에도 수업 동영상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일주일이나 그 보다 긴 시간을 출석인정기간으로 허용할 수도 있는데 왜 하필 이틀인가 궁금해 하실 분을 위해 답변을 드리자면, 약간의 긴장감이 학생들에게 활력소로 작용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왜 워크북과 동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을 마치고, 지금부터는 어떻게 동영상을 제작했는지 그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