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매너는 진화한다. 10년도 더 된 오랜 옛날 옛적. 수업시간에 학생이 핸드폰을 계속 두드리길래 주의를 주었더니 수업 후에 찾아와 눈물을 글썽이며 사전을 찾아보고 있었다고 해명하고는 수강취소해버린 학생이 있었다. 그 이후엔 조심하게 된다. 그래서 학기를 시작할 때 늘 학생들과 수업 예절에 대해 대화를 한다. 커피는 수업에 들고 와도 되지만 (졸지 맙시다) 수업시간에 음식은 섭취하지 맙시다. 수업 도중에 설명도 없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화장실 가러) 문을 박차고 나가지 맙시다. 아, 그리고 수업시간에 휴대폰은 쓰지 맙시다. 채팅을 하는지 사전을 뒤지는지 교수는 실로 알 길이 없으므로.
그러나 ‘상시접속 시대’에 이런 합의를 요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3시간짜리 세미나를 하는 동안 핸드폰을 보지 말라고 말하면 학생들한테 미안해진다. 이제 학생들은 핸드폰뿐만이 아니라 컴퓨터, 아이패드, 이어폰 등을 한아름 안고 교실에 들어온다. 노트북 화면 뒤에서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업용도로 잘 쓰고 있다고 믿어보자. 교수들은 요즘 다른 고민이 생겼다. 디지털기기가 좋아지고 많아지다보니 수업을 몰래 녹음하는 것도 점점 쉬워졌다. 그래서 요즘은 수업 전에 또 다른 약속을 종용하게 된다. 사전허락 없이 강의를 녹음하거나 녹화하지 맙시다.
코로나19 이후 줌이란 새로운 형태의 수업에 갑자기 내몰리면서 디지털 기기는 수업의 불청객이 아닌 필수요소로 아예 자리잡게 되었다. 동시에,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딜레마에 빠진 교수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학생이 하의에 속옷만 걸치고 수업을 듣고 있었다는 교수도 있고 (학생이 수업 중에 무심코 일어나서 의도치 않게 노출이 되었다), 화면공유를 하다 공개하면 절대 안 될 본인의 은밀한 취미까지 노출시킨 교수도 있단다.
2020년. ‘언택트(untact) 시대’에 컴퓨터와 인터넷에 기대 간신히 만남을 이어나간다. 우리는 수업할 때도 줌을 사용하고 회의할 때도 줌을 하고, 파티도 줌에서 한다. 줌이 삶의 방식이 되면서 주밍 에티켓도 진화 중이다. 시간 지키기, 얼굴 보이고 인사하기, 타인의 말에 경청하기, 몰래 화면캡처하거나 녹화하지 않기.
줌을 하다 보면 내 얼굴이 학생, 혹은 회의 참가자 얼굴과 평등하고 동등하게 화면의 작은 한 칸을 차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상당히 수평적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레이아웃이다. 그런데 말할 때 나 자신의 얼굴을 자꾸 쳐다보고 있다면? 불안해서 그럴 수도 있겠고, 과도한 자기애(self-love)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 아무튼, 줌은 우리 시대의 거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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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은경 교수,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