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각 대학에서도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실험, 실습 등 비대면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내용이 위주인 수업들은 특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은 많은 실습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원활한 진행이 어려운 건축학 수업을 맡고 계신 강예린(서울대 건축학과), 강미선(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님의 사례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작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비대면으로 전환된 지난해 1학기에는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님들도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강미선 교수님은 “온라인 수업 도구들을 활용하는 것이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두려웠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미선 교수님은 주변의 다른 교수님들과 함께 ‘불금의 줌 연습’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함께 온라인 수업 방법을 연습하고 팁을 공유했는데요, 강미선 교수님은 “함께 화상강의 연습을 하고 서로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강미선 교수님은 비대면 수업 초반엔 최대한 대면 수업과 비슷하게 진행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면, 비대면 수업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온라인 수업만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예린 교수님 역시 대면으로 진행되는 실습 수업 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호 피드백이 어려워지자, eTL 게시판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라도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수업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수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에는 여전히 많은 한계가 있다고 교수님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강미선 교수님은 “강의보다도 실제 실습 과정에서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고 말했습니다. 강예린 교수님 역시 “건축학과에서 중요한 CAD를 배울 때 일일이 사용 방법을 가르치는 대신 동료들끼리 서로 모르는 걸 알려주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데, 비대면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이 제한됨에 따라 학생들은 실습 준비물 구매 등 실습실에서라면 저절로 알게 될 세세한 부분까지 교수님께 의존할 수밖에 없고, 교수님들은 마치 ‘유치원 교사’가 된 것 같다는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코로나19 이전에는 학생들이 한 공간에 머무르면서 함께 공부하면서 ‘비공식적 지식’(informal knowledge)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보니 교수님들과 학생들 모두 ‘비공식적 지식’이 학습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새삼 체감하고 있습니다.
불가항력적인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이와 같은 많은 한계점이 있지만, 교수님들은 그 가운데 비대면 수업만의 특성을 살린 최선의 수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강미선 교수님은 ‘미로’(MIRO)라는 온라인 화이트보드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데요. 미로는 크기의 제한 없이 무한히 확장 가능한 화이트보드로서, 원하는 만큼 확대와 축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발표 시에 발표 자료를 한 장씩 넘기는 대신 한꺼번에 띄워놓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또한 줌을 통한 소그룹 토의 시에도 하나의 미로 화이트보드를 띄워놓고 각 소그룹에 토의를 진행할 경우, 다른 소그룹이 어떤 토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건축학과에서 특히 중요한 답사 과정에서도 온라인 수업 도구가 활용됐는데요. 답사 시에는 실제 건축 현장에 옹기종기 모여서 교수님의 설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진행하기 어려웠는데요. 강미선 교수님은 학생들이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줌에서 화면은 끄고 소리만 켠 상태로 교수님의 설명을 듣도록 함으로써 배터리 및 데이터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학생들이 안전을 지키면서도 답사 현장에서 교수님의 생생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교수자와 학생들이 물리적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질의응답이나 호응과 같은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요. 이를 타개하기 위한 교육책으로 강미선 교수님은 이른바 ‘호응조’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을 들을 때 대부분 스피커를 음소거한 채로 참여하기 때문에, 강미선 교수님은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에 교수님은 매 수업마다 스피커를 켠 상태로 수업에 참여하는 ‘호응조’를 편성해 운영함으로써 수업 중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음으로써 더욱 생동감 있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좋은 온라인 수업 도구를 개발하기 위한 이러한 교수님들의 노력은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끝나지 않을 예정입니다. 교수님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수업의 패러다임과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비대면 수업의 장점은 차용해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강미선 교수님은 “대면으로 발표를 진행하면 발표 중간중간 버려지는 시간이 굉장히 많은 반면 비대면으로 진행할 경우 그런 시간 소모가 거의 없다”며 “앞으로도 발표와 같은 일부 일정은 온라인 도구를 활용해 진행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습니다.
글쓴이: 이용진, 서울대학교 수학과 학사과정(기초교육원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