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는 현재의 방역상황을 반영하여 9월에는 전면 비대면 수업을 결정함(다만, 실험・실습・실기 등 과목이수를 위해 반드시 대면 수업이 필요한 경우 정부방역지침 준수 가능 범위 내에서 ‘제한적 대면 수업’이 가능) |
2학기 수업운영과 비대면 수업 및 온라인 교육의 전반적인 방향성에 대해 기초교육원에서는 김은미 교무처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2021년 7월 12일, 교무처장실)
질문: 바쁘신 중에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총장님께서 2학기에는 대면 수업을 시도해보자는 입장을 밝히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본부 입장에서 대면수업 확대의 배경과 2학기 수업 운영 원칙, 방향 그리고 그간의 비대면 수업경험의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대면수업 확대의 배경>
효율적인 고등교육 방식에 대한 재고의 기회 및 비대면과 대면 수업의 균형 맞추기
잠정적으로 정한 2학기 수업원칙은 사실 방역과 관련된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고등교육이 채택해온 대면수업 방식은 모든 내용의 수업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그 틀 안에서도 다양한 수업방식이 가능하지만요,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온라인 수업에 대한 실험에 참여해왔고 해외 대학의 경우,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프로듀서, 감독들을 고용해서 스튜디오 프로덕션 개념의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지닌 잠재력을 이용해 최적의 수업방식을 만드는 실험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속적으로 실험을 해봐야 실패를 통해서 어떤 것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고 의외로 효과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익숙한 것들을 버리는 일은 누구한테나 쉽지 않습니다. 잘 될지 안 될지 불확실 속에서는 더욱 그러하겠죠. 지난 3학기 동안 비대면수업을 했는데 강의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겨를도 없이 외부 여건에 의해 떠밀리듯이 받아들이게 된 측면이 크지요.
한편, 교수자든 학생이든 단기적으로는 비대면 수업방식의 편의성에 공감할 겁니다. 가령 학교까지 오가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학생들은 자기 시간 계획하기가 쉬워졌지요. 학교 밖 교과외 활동이나 알바와 병행하기에 자기 시간을 더 잘 쓰면서도 학습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거예요. 하지만 그것이 우리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보내는 최상의 방식일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잃어버리고 있는 경험들이 보다 뚜렷하게 보이죠.
아마도 앞으로는 대면수업이 가진 장점과 비대면수업이 가지는 장점 중 수업에 따라, 학생에 따라, 교수자에 따라 수업 내용과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점들이 선택적으로 조합되어가지 않을까요. 학생들도 다른 활동을 위해서 휴학을 택하기보다 특정 학기를 나름 ‘줌 학기’로 스스로 비대면수업으로만 구성해서 잠시 캠퍼스나 동료들로부터 떨어지는 시기를 만들 수도 있고요.
2학기에는 좀 더 대면수업을 확대해보자는 것은 대면이 무조건 우월하다는 것보다는 비대면에 쏠려버린 중심을 대면 쪽으로 조금씩 옮겨오는 가운데 대면으로 잘할 수 있는 수업과 비대면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수업의 조건들을 따져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수업 이외의 영역에서 학생들간의 교류의 기회 확대 필요
두 번째는 총장님도 여러 번 얘기하셨지만 대학은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배경, 관심, 시각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고 대화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서울대가 가진 장점은 너무나 뛰어난 동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점이죠. 학생들 입장에서 대학은 교수님들을 만나러 오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자극을 주는 동료들이 있어 함께 하는 것 자체가 배움이 되고 경험이 되는 공간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융합은 다양한 사람들끼리의 조우라고 생각해요.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한다는 것은 타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니까요. 굳이 융합적 수업을 듣고 융합적 전공에 등록하지 않아도 서로 다른 전공을 하는 학생들끼리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서 서로에게 생각해보지 못한 시각을 얻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융합 아닐까요. 융합, 창의 이런 것들을 거창한 것들이 아니고 우리 주변에 작은 경험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의실 외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공모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다양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폭넓게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인생을 디자인해나가는 것은 멋진 일이죠.
이런 멋진 경험을 지금 20, 21학번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돌려주어야겠다라는 것이 2학기 대면수업 확대의 큰 배경입니다. 이런 이유로 다소 무리하게 보이더라도 대면 수업 계획을 세운 것이죠. 대학은 학기 단위로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지금 대면을 준비하지 않으면 상황이 호전되어도 계속 비대면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거꾸로 지금 대면을 준비했다 하더라도 상황이 열악해진다면 금방 비대면으로 쉽게 전환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2학기 수업운영 원칙>
대면수업의 우선원칙과 대면수업 시행에 따른 철저한 대비
방역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보도가 많이 되었지만 반복해서 말씀드리자면 방역수칙을 엄격히 지키는 한에서 강의실 배정을 했고 대면수업을 100%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단과대 별로 실험실습, 토론수업, 2학년생 등 우선순위를 자율적으로 정하셨습니다. 현재 대략적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40% 정도가 완전 대면, 30%가 완전 비대면, 대면과 비대면 병행이 20%, 미정이 10%입니다.
방역의 원칙은 시간이나 공간 차원에서 밀도를 낮추는 일입니다. 30~40%의 학생들이 학교에 오게 되면 방역 면에서 식당이 가장 문제가 되겠지요. 학생처와 협력하여 식당을 더 열고 시간도 늘릴 계획입니다. 식당 구역별로 색상 시트지를 붙여서 학생이 자신이 앉은 구역을 인지하게 하거나 QR코드를 자발적으로 찍게 유도하는 방안도 계획 중입니다. 테이크아웃을 활용하거나 야외테이블을 많이 비치해서 밀도를 분산시키는 방식도 쓸 것입니다.
무엇보다 방역은 준비하는 쪽보다 참여하는 쪽에서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몸이 아프면 나오지 말고, 타인을 위해서 학교 곳곳에 배치된 신속검사장을 활용하여 주기적으로 신속검사를 받고 식사할 때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교내 신속검사장이 더 생길 것이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다면 모두를 위해 보다 코로나 시대에 안전한 대학의 모습을 우리 서울대가 만들어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 3학기 비대면 수업 경험의 영향>
비대면 수업으로 부각된 문제점과 긍정적인 측면
저희가 정량적인 수치들을 모니터링한 결과, 생각보다 만족도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교수자-학습자 간 교류가 부족한 것에 대한 지적은 일관되게 나오고 있어요. 일부분 우리가 연구중심대학으로 매진하는 사이 학생과 접촉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비대면 상황에서는 본래 가지고 있었던 문제는 더욱 드러나기 마련이지요. 오히려 이런 문제를 직시하게 되었다는 점을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줌의 대기실 기능을 활용해서 학생과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게 더 용이해진 점도 있는데 이런 다양한 편리한 기능들이 골고루 활용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앞으로 기초교육원이 다양한 교수법에 대한 교수자들 간 의견 교류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비대면 수업의 경험의 영향과 서울대 교육의 방향성
비대면 수업 상황을 겪으면서 교육에 대해 전체적으로 돌아보게 된 것은 큰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대면과 대면수업 각각에서 어떤 지점들이 교육적으로 효과적인지 명확하게 알게 된 것이죠. 그런 면에서 앞으로는 대학 내부에서도 기득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교수자들도 학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피면서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지향해야 하겠지요. 전공이라는 것도 기존에 어떤 틀에서 임의의 조합에 의해 정해진 것일 뿐, 진리를 찾아가는 방식에서 꼭 기존의 것을 고수해야 하느냐도 의문입니다. 현재 기초교육원에서 컴퓨터, 4차 산업 관련 수업과 같은 역량 함양 위주의 대형수업들을 준비하고 계신 것에 대해 기대가 큽니다. 서울대의 강점은 훌륭한 수업, 똑똑한 학생들이므로 이런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겠지요. 학생들에게 더욱 다양한 지적 자극과 풍부한 경험을 주는 대학을 만들어주는 것이 서울대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쁜시간 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