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 정도의 비대면 교육 경험이 쌓이면서 ‘대학교육에서의 온라인 티칭이 반드시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어떤 경우는 더 낫다’는 반응을 주변에서 듣게 됩니다.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에 우리 모두 적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력이 필요한 실험, 실습 교육 부분에서는 아직 새로운 교육 모형이 자리 잡기까지에는 여러 난관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디자인 교육은 어쩌면 개인의 도전적 창의성을 더욱 장려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습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분야에서의 온라인 교육의 과제와 기회 요소는 무엇일지 일부 사례를 통해 엿보겠습니다
현재 실습 교육 현장의 큰 고민 중 하나는 그간 학교가 제공해 왔던 장비와 재료에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일 것입니다. 재원이 부족한 저소득층의 학생들에게는 더 큰 타격이 됩니다. 또한 비대면 상황에서 더욱 몰입하는 학생, 흥미를 잃어가는 학생으로 교육 효과가 양극화되어 간다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제한된 자원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며, 가정을 포함한 개인 공간, 근거리 환경에 더욱 집중하고 주변의 사물과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키운다거나, 실습재료를 직접 구비하는 조달 능력을 갖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소외되어 가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교수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튜토리얼, 일대일 채팅, 커뮤니티 활동은 강의자와 학생 간의 관계, 학생들 간의 관계를 더 관대하고 친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제공하기 힘든 공간, 자원에 대해 학교 밖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학생들 간에 논의할 수 있게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느 학문분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공간과 관습에 의존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대세인 듯합니다. 물리적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교육의 시대를 맞아 학생보다도 기성세대라고 할 수 있는 교수자의 인식과 태도 변화가 더 결정적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우선 교수자가 기술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실습 교육이 가능하도록 영상을 녹화하는 데에는 교수자들의 IT 준비도, 수용도가 결정적 변인이 됩니다. 다양한 이미지/영상 비주얼 편집 도구를 활용하여 근접 이미지와 영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미 개발되어 있거나 새로이 등장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플랫폼을 이용하여 VR, AR등 신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창의적인 활동에 몰입하게 해야 합니다. 디자인 실습은 이제 가상 공간에서의 3D 프로토 타이핑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비대면 환경에서 학습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학생들이 결국 새로운 시대의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사실 가상 기술을 통해 디자인 성과물을 생산하고 유통, 소통할 수 있다면 자원낭비도 줄고 환경에도 더욱 유리합니다.
결국, 근본에서 다시 시작하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금융 위기의 시대, 재정적 이유로 자원 접근성이 떨어지던 시절, 인터넷 아트가 급격히 성장했다는 것을 상기해 볼 만합니다.
거시적 환경의 변화는 항상 예술 교육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것이 어쩌면 예술의 본질일 것입니다. 제약의 시대에 예술적 실천이란 무엇인지, 예술의 사회적 /정치적 역할의 범위가 어떠해야 하는지 풍성한 논의가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관련 글:
1. “Covid-19 pushes fashion design schools into an increasingly digital future”, 2020.03.23
2. “Creative lessons from HK as Covid-19 ushers fashion design into an increasingly digital future” 2020.04.09
3. “Can you teach art online?” (2020.04.17)
글쓴이: 이유리(yuri lee) 교수 , 서울대학교 의류학과